돌에 새긴 50년, 1000년을 잇는 장인의 손길
한땀한땀, 돌에 새긴 인생
김오연 장인은 50년 넘게 돌을 다뤄온 석공예 장인이다. 어린 시절부터 고향인 보령 용천읍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보령오석을 보며 자랐고, 작은아버지가 운영하던 석산 일을 도우며 자연스럽게 돌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보령에서는 석재산업이 활발했고 일본으로 돌을 수출하는 일도 많았다.
20대부터 본격적으로 석공예 기술을 배우며 공구를 다루는 기초부터 차근차근 익혔다. 단단한 돌을 원하는 형태로 다듬기까지 오랜 시간과 숙련이 필요했지만, 한 번 배운 기술을 바탕으로 석등과 정원석부터 사찰의 계단과 주초석, 탑과 불상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왔다.
그가 가장 능숙하게 다루는 분야는 불상 조각이다. 문화재를 수리할 때는 단순히 오래된 돌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감각과 기법, 공구까지 고려해 원형에 가깝게 복원해야 한다. 그는 이러한 전통적인 기술을 현장에서 직접 익히며 이어왔다.
남해 보리암 해수관음, 해인사 미륵불 작업을 비롯해 길상암의 불상, 한용운 선생 동상 보수와 성삼문 관련 문화재 작업 등 여러 작품에 참여했다. 해미 송덕암의 지장보살과 관세음보살도 그의 손을 거쳤다. 가장 규모가 컸던 작업으로는 부산 성광사의 암반에 조각한 10m 높이의 미륵불을 꼽는다. 여름에 시작해 초겨울까지 약 4개월 동안 암반을 깎고 다듬으며 완성했다.
돌은 한 번 잘못 손을 대면 되돌릴 수 없다.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으면 돌 자체를 버려야 할 때도 있다. 그래서 돌을 대할 때는 돈을 생각하기보다 작품을 오래 남긴다는 마음으로 작업한다. 그에게 석공예는 단순히 돌을 깎는 일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도 작품이 남아 사람들에게 의미와 마음을 전하는 일이다.
천년의 시간, 잇는 예술
석공예를 둘러싼 환경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묘비 문화가 화장 중심으로 바뀌면서 석공예 작품에 대한 수요가 줄었고, 인건비 상승과 함께 과거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던 석제품을 오히려 해외에서 들여오는 경우도 많아졌다.
무엇보다 돌을 다루는 기술을 배우려는 젊은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다. 오랜 시간 돌가루와 먼지를 마주하며 일해야 하고 숙련된 기술을 갖추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직업이 됐다. 김 씨 역시 오랜 세월 돌을 다루면서 손가락이 성하지 않을 정도로 몸에 무리가 쌓였고 주변에서도 돌가루로 인한 건강 문제를 겪는 석공들을 많이 봐왔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후회하지 않는다. 돌로 만든 작품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제대로 만들어진 조형물은 수백 년을 넘어 천년 이상 남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돌을 다루는 일이 사람들에게 마음의 안정과 숭고한 마음을 전하는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홍성 내법터널 공사 과정에서 훼손된 매봉재와 관련해 마을의 뜻을 담은 지도자상 조성 작업에도 참여했다. 완성된 작품이 제대로 관리되고 활용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크다. 특히 홍성에는 현재 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이 많지 않은 만큼 자신이 할 수 있는 동안에는 사명감을 갖고 기술을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의 전문성은 오랜 현장 경험과 여러 자격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석공예 기능사와 문화재수리기능자 자격을 갖췄으며 2014년에는 우수숙련기술자로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대한민국전통공예협회 미술명장으로 선정되는 등 석조각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해왔다. 지역에서도 한국미협 홍성지부 부지부장을 역임했으며 전국이응노미술대회 심사위원 등으로 지역 예술계에도 공헌해 왔다.
그가 바라는 것은 자신의 기술을 이어가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역의 석공예와 전통 기술이 문화예술의 한 분야로 제대로 인정받고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흙이나 돌을 다루는 전통 공예는 짧은 시간에 익힐 수 있는 기술이 아닌 만큼 꾸준히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예술인들이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고 화합하며 지역 문화예술을 함께 발전시켜 나갔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50년 넘게 돌과 함께해온 김 장인은 앞으로도 돌 앞에서 자신의 길을 이어갈 생각이다. 수십 년 동안 돌과 씨름하며 얻은 경험을 다음 세대에 전하고, 언젠가 자신이 만든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편안함과 의미를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쉽게 사라지지 않는 돌처럼, 그의 손끝에서 이어진 기술 역시 다음 세대까지 오래 남기를 그는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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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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