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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향교 칠의사 순절, 새롭게 조명해야

오영택 명지대학교 특임교수·해주오씨대종회 명예회장 기자입력 2026.10.19 08:50

충남 홍성의 홍주향교는 성현을 모시고 지역 인재를 길러온 유교문화의 터전이다. 향교는 공자와 선현에게 제사를 올리는 공간이자, 유생들이 학문을 익히고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배우던 교육기관이었다. 지역민에게는 예절과 공동체의 질서를 함께 나누는 장소이기도 했다.

홍주향교를 이야기할 때 후대의 기록과 추모 전통을 통해 기억되어 온 일곱 유생, 칠의사(七義士)를 빼놓을 수 없다. 지역에 전해지는 기록에 따르면 이들은 1894년 동학농민운동 당시 향교와 문묘를 지키려다 목숨을 잃었다. 

오경근·최민지·방세응·방석규·이준복·서종득·최학신이 그들이다. 이들은 향교에서 학문을 닦던 재생(齋生)이었다. 이들에게 향교는 단순한 강학 공간을 넘어 성현의 가르침을 익히고 실천하는 삶의 터전이었다.

1894년은 격변 속에서 조선 사회가 크게 흔들리던 해였다. 탐관오리의 수탈과 외세의 침략에 맞선 동학농민운동이 확산하면서 홍주 지역도 격렬한 충돌을 겪었다. 칠의사의 희생 역시 이러한 시대적 맥락 속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칠의사의 사적은 성현의 위패를 모신 문묘를 지키려 한 결의로 전해진다. 기록에 따르면 이들은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향교를 떠나지 않았고, 끝내 목숨을 잃었다. 후대 유림은 그 선택을 도리를 지키다 순절한 일로 기려왔다. 자신의 생명보다 의를 앞세운다는 뜻의 ‘살신순의(殺身殉義)’는 이들의 행적을 설명하는 말로 전해진다. 배운 가치를 위기 앞에서 실천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는 무엇을 지켜야 하며 공동체를 위해 어떤 책임을 다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오늘의 우리에게도 던진다.

칠의사의 절의를 기리는 일이 동학농민운동 전체의 대의를 부정하거나 역사를 대립 구도로 나누는 방식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당시의 사회적 모순과 민중의 염원을 폭넓게 살피면서, 격변 속에서 자신의 신념과 유교적 가치를 지키려 했던 유생들의 선택도 함께 이해해야 한다. 서로 다른 역사적 경험을 균형 있게 조명할 때 추모의 뜻도 더욱 깊어진다.

홍주향교에는 1898년에 칠의사의 사적을 기록한 현판(懸板)과 1935년에 건립된 칠의비(七義碑)가 남아 있다. 지역 유림은 제향을 이어오며 일곱 유생의 이름과 절의를 기려왔다. 이러한 기록과 추모의 전통은 칠의사가 과거의 인물에 머물지 않고 지역 공동체의 기억 속에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는 제향과 함께 연구와 교육의 폭을 넓혀야 한다. 첫째, 현판과 비문, 족보와 고문헌을 조사하고 원문을 정확히 판독·탈초한 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해설을 마련해야 한다. 사건의 경위와 인물별 생애, 순절일의 음·양력 관계, 기념물의 건립 연혁도 관련 자료를 대조해 고증해야 한다. 제향일에 관한 논의 역시 제향의 전통과 문헌 기록을 살피고 유림과 후손, 지역사회의 의견을 모아 신중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

둘째, 지역 연구자와 동학농민운동 연구자, 향토사 연구자 등이 함께하는 학술 심포지엄을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당시 홍주목의 정세와 유생들의 활동을 여러 관점에서 살펴 역사적 이해와 연구 기반을 넓혀야 한다.

셋째, 향교와 지방자치단체, 문중과 학계가 협력해 기념사업을 체계적으로 이어갈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객관적 사실과 후대의 해석을 구분한 문화콘텐츠를 제작하고, 문화유산 지정 검토와 현장 답사 프로그램도 추진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름과 연도를 외우는 데 그치지 않고, 배운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과 공동체를 향한 책임을 생각하게 하는 인성·지역사 교육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배운 것을 실천하고, 자신이 선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며,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려는 태도. 이것이 칠의사의 정신을 오늘의 언어로 잇는 길이다. 제향으로 이름을 기리고, 연구로 역사의 맥락을 밝히며, 교육으로 그 뜻을 전해야 한다. 세월이 흘러도 칠의사의 절의는 미래 세대와 나눌 소중한 정신문화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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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택 명지대학교 특임교수·해주오씨대종회 명예회장 기자

사설·칼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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