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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도지사 공약이 사라져도, 홍성은 조용하다

이경현 기자입력 2026.10.19 08:50

2023년 3월 15일, 홍성군은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선정됐다. 2년 뒤인 2025년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홍성 공약 가운데 첫 번째로 ‘내포신도시 미래 신산업 국가산업단지 조속 착공 지원’을 약속했다. 올해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한 박수현 충남지사도 ‘내포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조기 조성으로 일자리를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정부가 후보지로 선정하고 대통령과 도지사가 잇달아 약속했으니, 군민들이 사업을 철썩같이 믿고 기대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난주 국가산단 조성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과학영재학교 유치가 사실상 무산된 지 한 달여 만에 또다시 뒷통수를 쎄게 얻어맞은 군민들의 실망과 허탈감은 클 수밖에 없다.

경제성은 높게 평가됐지만 공공성과 정부 정책과의 부합성이 낮다는 이유로 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군민들로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다. 그렇다면 정부와 충남도는 무엇이 부족했는지, 보완할 대책은 무엇인지, 재추진은 가능한지부터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예타 결과만 통보하고 물러서서는 안 된다. 군민 앞에 내놓은 공약인 만큼 책임 있는 답과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홍성은 부당한 일 앞에서 쉽게 고개 숙이지 않았던 고장이다. 나라가 위태로울 때 분연히 일어섰고, 옳지 않은 현실에 맞서 싸웠다. 그 역사는 오늘을 사는 홍성군민의 자부심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지금 홍성의 모습을 보면 답답한 마음이 앞선다. 지역의 미래를 바꿀 사업들이 하나씩 흔들리는데도 지역사회는 너무 조용하다.

군내 곳곳에는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삶터를 지키려는 주민들의 절박한 뜻이 담겨 있다. 그렇다면 홍성의 산업과 일자리를 위해 국가산단 재추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왜 들리지 않는가. 공공기관과 과학고 유치를 촉구하는 현수막은 왜 찾아보기 어려운가. 추석을 앞두고 현수막을 내걸었던 정치인들은 이럴 때 현수막을 한 장 더 걸면 안되는가? 홍성의 미래가 걸린 지금, 군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

국가산단은 누군가 베풀어 주는 선물이 아니다. 지역의 일자리와 미래를 위해 군민이 요구할 정당한 권리이며, 정부와 정치권이 군민 앞에 약속한 공약이다. 이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데에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광화문에서 촛불집회와 버스를 대절해 여의도로 달려가던 그 열정, 이제 정치적 입장 차이를 잠시 내려놓고 홍성의 미래에 함께 나서야 한다.

국가산단 재추진과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범군민 서명운동을 시작하자. 필요하다면 집회를 열어 군민의 뜻을 알리자. 도청앞이든 청와대앞이든 1인 릴레이 시위라도 하자, 현수막 한 장이라도 내걸고 서명지에 이름을 적는 작은 실천부터 해야 한다. 한 사람의 목소리는 작지만 군민이 함께하면 외면하기 어렵다.

홍성의 과제는 국가산단에 그치지 않는다. 충남혁신도시로 지정된 내포신도시는 공공기관 이전을 기다려 왔지만, 아직 뚜렷한 이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혁신도시 가운데 공공기관 이전 실적이 없는 곳은 내포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앞두고 ‘호남에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번지는 상황에서, 내포가 가만히 기다리기만 한다면 최소 20개 이상의 공공기관을 유치하겠다는 목표조차 난망해질 수 있다.

공공기관 유치는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충남도와 홍성군은 유치 대상 기관과 지역의 강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군민과 정치권, 사회단체가 힘을 모아 범도민·범군민 유치 활동에 나서야 한다. 국가산단 재추진과 공공기관 유치는 홍성의 일자리와 인구, 미래 성장 기반을 함께 세우는 과제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홍성의 미래를 누가 대신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불의 앞에 침묵하지 않았던 홍성의 기개가 옛이야기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군민이 목소리를 내고 힘을 모아야 한다. 홍성의 자존심을 지키고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내일을 물려주기 위해, 이제 우리부터 다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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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사설·칼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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